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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사계절

박애진, 임태운, 김이환, 정명섭, 김성희 (지은이)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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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옛이야기와 공상 과학 소설이 만나
더욱 생생해지다

우리가 흔히 고전, 옛이야기라고 부르는 작품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고 하여 구전동화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시대의 상황과 평범한 이들의 희망이 담기게 마련이다. 오랜 시간 전해져 내려오며 응축되고 변형된 작품은 더욱 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 와 읽어보면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도 있다.
현대소설 장르 중 하나인 SF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의 이야기들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이다.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의 정의는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소설’이다. 이에 맞춰 옛이야기를 새로 정의해보자면 ‘권위와 신분을 뛰어넘는 일을 소설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얼핏 보면 고전과 SF는 서로 관련 없는, 오히려 정반대의 장르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정명섭 작가는 두 장르 사이에는 무엇보다 강한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꿈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고전의 대부분은 이뤄질 수 없는 꿈을 얘기합니다. ‘홍길동’은 당대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인 적서의 차별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줬고, ‘춘향전’에서는 기생 춘향과 암행어사가 된 양반 이몽룡의 결혼이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피엔딩을 맞이했습니다. ……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줄임말인 SF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뤄질 수 없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_ 정명섭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작가의 말 중에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속 다섯 단편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의 꿈을 반영하며 수없이 변형되어 온 고전을 SF라는 전혀 새로운 판에 앉혀 시대의 꿈을 반영한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기술자의 피를 물려받은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든 이유(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 간을 배달하기 위해 육지로 간 안드로이드와 클론 소녀의 만남(임태운 작가의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해가 없는 ‘밤의 도시’ 소녀와 소년, 그리고 호랑이 외계인의 동화 같은 이야기(김이환 작가의 「밤의 도시」), 계모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를 찾아 나선 우주비행사 홍련의 모험(정명섭 작가의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마음씨 착한 흥부와 형 놀부. ‘흥부의 과학’ 때문에 벌어진 형제의 난(김성희 작가의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이렇게 새로 쓰인 다섯 편의 소설과 기존 옛이야기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설정 등 공통점은 무엇인지, 인물은 그대로이고 배경만 바뀐 상황에서 이야기는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는지 비교해보며 이 책을 즐기는 것이다. 정반대의 장르처럼 보이는 두 이야기의 결합은 ‘고전’과 ‘SF’를 따로 떨어뜨려 놓았을 때보다 독자에게 훨씬 생생한 재미로 다가갈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곧 여성캐릭터의 변화
앤솔러지의 첫 작품은 ‘심청전’을 모티프로 한 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심청전’을 읽고 작가는 ‘왜 옛이야기에서는 늘 처녀를 제물로 바칠까?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라니 가슴 아픈 일이나 아버지의 눈을 뜨이게 하기 위해 죽기까지 해야 했을까?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삼는 뱃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닐까? 왜 이야기 어디에도 그 사람들이 나쁘다는 말이 없을까?’ 하는 의문들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쓰기 시작한 「깊고 푸른」에는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도, 운명에 순응하는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청이’는 할머니로부터 손기술을 그대로 물려받은 소녀다. 아버지가 눈을 잃자 공장에 출근해 먹고살 길을 마련한다. 그러다 손기술이 좋은 것으로 ‘정부고위’의 눈에 들게 되고, 깊고 푸른 바닷속에 가라앉은 ‘인당수 타워’에 뛰어드는 것도 스스로 선택한다. ‘심청전’의 청이처럼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신 역시 살아 돌아오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냥 수동적이었던 원작의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로 재창조하는 경우가 많다. 「깊고 푸른」의 청이도 그러하다. 여자아이에게 착하고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성품을 요구하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그만 지난 시대로 떠나보낼 때도 되었다. _작가의 말 중

박애진 작가의 말처럼 「깊고 푸른」의 청이는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이다. 이것이, 같은 ‘심청’이라는 인물을 데려다 SF의 주인공으로 삼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통쾌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역시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용궁주의 클론으로 태어나 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코닐리오는 ‘토선생’처럼 꾀를 내기보다 타르타루가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전면승부를 택한다.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의 홍련 역시 언니 장화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주체적인 결정과 선택을 한다. 계모에게 학대 당하는 힘없고 약한 인물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필요할 때는 복수도 마다하지 않는 우주비행사 홍련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렇듯 옛이야기에서는 제물로 바쳐지고, 꾐에 넘어가 목숨을 잃거나 이용당하던 여성 캐릭터들이 새로운 시대와 장르를 만나 주체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재창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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